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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 다니는 것들

레블500 남해로 떠난 박투어( 함께 달린 바이커 스티드600, 데이스타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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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을 넘게 쏟아지는 비는 9월 중순을 넘어 주춤거리더니 가을 장마의 끝을 보여준다. 지난 추석 연휴 전라남도 영광에서 한 바이커가 필자를 만나러 남해 땅으로 라이딩을 오신다고 하여 흔쾌히 동반 라이딩을 구성했던 이야기를 이제 해 본다. 전남 영광과 부산광역시 공간 좌표는 동,서 끝이다. 적당하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정한 곳이 남해였다. 물론 정 중간은 아니다. 영광에서 남해까지도 만만치 않은 거리지만, 영광 라이더는 이미 11시간을 넘게 강원도 강릉으로 달려간 경험이 있는 노련한 바이커다. 본인은 바린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전혀 걱정하지 않고 그를 만나러 달렸다.

부산에서 남해까지 경로

"부산-진해-마산-진동(진마대로)-진주-사천-남해(삼천포대교공원)"

 

맛있는 물회는 금방사라진다.

진동에 위치한 가성비 좋은 곳이다. 마음에 들어서 즐겨찾기를 해 놓은 곳이다. 때늦은 물회를 빠르게 비우고 계속 진주로 달린다. 남해 가는 코스는 진동은 반드시 경유해야 한다. 이곳에서 진주로 향하든지 고성을 돌아서 가든지 결정하면 된다. 이날 필자는 진마대로를 이용해서 진주로 달렸다.

언제 봐도 알흠다운 남해 바다

연휴가 시작하는 날이라서 도로는 많이 번잡했지만, 이륜차 버프를 이용해 빠르게 남해로 당도했다. 사천으로 진입 후 남해 실안해안 도로 방면으로 빠져 해안 도로를 타고 달리면 우리가 왜 바이크를 타는가? 하는 의문의 답이 머릿속에서 계속 생겨난다. 화창하게 개인 날 값비싼 모터사이클을 타고 달리면 시름이 시름시름 사라진다. 그렇게 달려서 남해 바닷가에 위치한 삼천포대교공원에서 잠시 쉰다. 

 

지자체 방문 고객 확보를 위한 위락시설이 즐비해지는 요즘이다. 남해에서는 최근 바다를 이어서 만든 케이블카를 운영하고 있다. 하늘에서 보는 멋진 풍경은 멋질 것 같다. 땅에서 하늘에 매달려 있는 케이블카를 바라보는 것도 멋지다.

"레블500이 스티드600을 만났다."

 

레블이 스티드를 만났다.

남해 삼천포 대교 공원에서 1998년식 스티드600을 만났다. 전남 영광에서 영광스럽게 달려온 혼다의 화석 바이크지만 실제 포스는 레블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는 위용을 과시한다. 물론 스티드 라이더는 과시하지 않는다. 90년대 말, 2000년도 초반은 제품의 품질에 올인하던 시절이었다. 그때 만들어진 바이크들은 지금도 좀비처럼 돌아다니고 있다. 대단한 위용이다. 오랜 라이딩의 피곤함도 뒤로하고 방가운 인사를 전하고 모터바이크에 관련한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알았다. 그래서 빠르게 동반 라이딩으로 돌변하여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개인이 만든 최강의 전시 공간 엘림 마리나 리조트 바이크 갤러리"

 

엘림 마리나 리조트 사장님의 독특한 취미가 이런 공간을 만들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경남 일대의 라이더들이 주말이면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다. 다행히 이날은 늦은 시간 탓으로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었다. 전라도에서 오신 스티드600 라이더님도 아주 좋아하시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누구나 한 대로 시작하지만, 욕심이 욕망이 되고 욕망은 야욕이 되고 그 야욕은 이런 멋진 공간을 만들기에 이른다. 누가 봐도 개인 소장 바이크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전시장이다. 모터바이크, 그중에서도 특히 크루저 장르를 만드는 할리데이비슨과 BMW 레어 모델들이 전시되어 있다. 1931년식도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1998년식 스티드600도 최신 바이크로 전락한다. 필자는 이곳이 3번째 방문이다. 볼 때마다 새롭고 부럽다. 바이크를 정비하는 팀이 유지하는 곳이고 절대 눈으로만 관람을 요구하는 곳이다. 이륜차 라이더들 사이에는 깔면 인수라는 불문율 있다. 이곳에서 그 이벤트가 발생하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냥 눈으로 보자. 그렇게 눈으로 만지면서 다 봤다.

 

바이크 갤러리를 떠나고

이제 일정을 마무리하고 숙소를 찾아 떠난다. 그렇다, 이번 여행은 박투어였다...

 

 

이렇게 라이딩 여독을 풀려고 간에 다시 독성 물질을 생성시키고 뇌를 놔 버리면 행복하다. 박투어 1일차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온라인이라는 공간에서 서로 짧은 문장과 댓글로 소통을 나눈 라이더와 같은 공간에서 같이 달리는 것은 참 플레임 신나는 일이다.

 

"남해의 숨겨진 비경 서상항 "

다음날 늦은 아침에 눈을 뜨고 다랭이 마을로 향하기로 한다. 남해는 사실 1박을 하면서 투어를 진행하면 보다 디테일하게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고 2박을 하면 현지인처럼 돌아다닐 수 있다. 다랭이 마을로 가는 길은 매우 알흠답다. 그중 서상항이라는 작은 항을 지나면서 들렀다. 필자가 좋아하는 공간이다. 이곳은 배 주차장 같은 곳이다.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어서 이런 공간을 좋아한다. 조용하고 적막하다. 산에서 느끼는 적막함과 또 다른 적막함이다.

상항에서 곧장 다랭이 마을로 달렸다.

 

점심은 장어탕으로 해결했다.

 

"아름다운 다랭이 마을"

 

 

다랭이 마을로 향하는 도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에 해당되는 아름다운 길이다. 남해는 전라도 경계에 위치한 군이지만 바다 색깔은 전라도의 바다 색과 매우 다르다. 연한 하늘빛이 반사되는 바다색은 정말 멋지다. 그래서 많은 라이더가 남해로 향한다. 부산에서도 편도 3시간 이상 달려야 하는 공간이다. 가깝지 않지만 달려간다. 갔다 오면 또 간다. 그렇게 라이딩은 늘어 간다.

 

영광 라이더의 다랭이 기념샷

 

필자와 함께한 영광 라이더는 이곳에서 투어를 마무리하고 헤어졌다. 멀리 영광에서 남해까지 달려와 준 노고에 감사하고, 다음에 또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이렇게 호기심과 바이크만 있으면 멋진 이벤트가 발생한다. 이제 필자는 남해를 떠나기 전 어떤 바이커를 만나러 간다.

"엔지니어가 된 데이스타125 바이커 "

 

 

4년 만에 처음 만난 블로거 이웃
시원한 아아와 와플를 섭취하는 

필자에게는 블로그 이웃들이 있다. 그중 데이스타125를 타는 바이커가 있는데 남해군에 거주하는 현지인이고, 현재 블로그를 통해서 데이스타 정비 및 바이크 여행 관련 정보를 포스팅하고 있는 블로거다. 남해에 온 김에 연락을 취해서 만남을 가졌다. 과거 남해군 여행 때 숙박했던 게스트 하우스로 달렸다. 필자는 당시에는 데이스타125를 타고 있었고 여러 가지 정보를 찾던 중 발견한 블로그 이웃이다. 2017년이니까 벌써 3년이 넘었다. 블로그를 통해 성장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0대 청년이지만 현재 수준은 상당하다. 취미로 즐기는 오토바이가 자신의 삶의 방향까지 결정하게 되는 이벤트가 발생하고 현재는 본격적인 정비 엔지니어를 꿈꾸면서 대학에 진학한 상태이다. 놀랍고 존경스럽다. 이렇듯 오토바이는 박물관을 방불케 하는 전시 공간을 만들기도 하고 또 삶의 방향을 결정하게 해주는 매개체가 되는 탈것이다. 무엇이 이렇게 우리를 바꾸는 걸까? 하는 생각을 뒤로하고 그 청년 라이더와 함께 삼천포대교까지 같이 달렸다.

 

남해 삼천포대교 데이스타와 레블

자신만의 휴식공간이라고 소개해 주고 마무리 인사와 함께 필자는 부산으로 달렸다. 짧은 일정의 박투어 라이딩이었지만, 포스팅은 길다. 돌아가는 코스는 진주로 향하지 않고 고성을 경유해서 달렸다. 같은 길을 가면 재미없다.

고성에서 만난 고분

꽤 늦은 시간에 부산에 무복했다. 두 바이커를 만난 박투어 일정이었다. 멀리 영광에서 오신 영광의 라이더와 전혀 멀지 않은 현지인 라이더를 만났다. 사람을 만나는 것은 늘 새로운 자극이 된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러 바이크를 타고 달리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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