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마지막 날, 필자의 쿼터급 생활 밀착형 크루저 미라쥬250DR을 준비시킨다.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다. 새벽에 건 시동은 길길거리면서 안 걸린다. 하지만 필자는 당황하지 않는다. 익숙한 강제 시동으로 시동을 걸었다. '와이라지? 어제까지만 해도 잘됐는데'라고 의문을 가져 보다가 곧 여행 준비에 혈안이 된다.
일단 배터리 상태가 메롱인 것으로 잠정 결정하고 보조 배터리를 1개 챙겨서 출발했다. 목적지는 이화령이다. 240km 남짓 떨어진 거리지만 단숨에 달려갈 생각으로 출발한다. 이런 짓은 용기거나 만용이거나 둘 중 하나다. 필자의 경우 만용에 가깝다.
라이딩 코스: 부산-김해-삼랑진-밀양-청도-경산-대구-칠곡-선산-상주-문경-이화령
날랜 경로다. 새벽이라 대구라는 대도시를 관통했다.
쿼터급 크루저 미라쥬250은 장르가 분명히 장거리 여행용으로 설계되고 디자인된 바이크다. 따라서 이번 장거리 여행에서도 탁월한 성능을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필자의 궁디 내구도가 경북 문경을 지나서 멈추게 했다. 3시간을 넘어가자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이상한 통증 신호가 척추를 지나서 뇌에 전달되었다. 뇌는 '멈춘다' 라는 신호를 보내서 이렇게 시골 풍경을 감상하게 한다. 궁디를 바이크 좌석에서 떼는 순간 해방감을 느끼고 길바닥에 풀석 쓰러졌다. 그리고 한참 동안 하늘을 보다가 정신 차리고 나머지 거리를 다시 달렸다.
그렇게 필자는 이화령에 도착했다. 이제 멀게도 느껴지지 않는다. 2018년, 2020년에 바이크로 방문했다. 백두대간 이화령은 늘 그 자리에서 필자를 방겨 준다. 이곳에 온 목적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다. 필자를 이해하고 필자의 철학에 동의하는 분들을 많이 만나고 부비부비하면서 사회적 관계를 증진시키는 것이 필자의 사회화 방법이다.
이 날은 휴일이라 많은 차량으로 인해 경북 방면 속닥한 공간에 미라쥬를 주차하였다. 그리고 얼마 후...
멀리 경기도에서 필자와 약속을 위해 달려오신 아퀼라300 라이더님이시다. 필자의 채널을 보시고 아퀼라300 라이더가 되셨다고 한다. 참고로 필자는 KR모터스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대부분 내돈내산 콘텐츠로 제작을 진행한다. 이제 돈이 점점 떨어져 간다. 그럼 콘텐츠는 멈출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타는 바이크가 이상하게 KR 제품들이다. KR이 저렴한 바이크를 만들어서 선택한 것이다. 이런 것을 윈윈이라고 한다.
두 라이더가 멀리서 달려온 관계로 휴게소에서 파는 커피를 한 잔 하면서 서로에 관해 탐색적 대화를 진행 후 점심을 투입하러 달렸다. 굉장히 멋진 분이다. 이분 의 외관은 필자와 같은 외관 장르로 추정된다. 강화계인가?
이 식당은 곧 폐업할 것 같은 분위기였고 사장님은 노쇠한 몸을 이끌고 영업을 진행하는 느낌을 외면할 수 없었고 염소탕은 맛있었다. 필자는 식도락이 없는 관계로 이번에도 음식 사진은 없다. 괴산의 괴는 느티나무 괴라고 들었다. 필자는 거목을 좋아한다. 그래서 괴산이 좋은 것 같다. 염소탕은 생각보다 맛있었다. 이렇게 점심을 마무리하고 아퀼라300 라이더님의 안내로 근처 강을 보러 달렸다.
충북 괴산에 위치한 다리다. 위쪽 괴산댐에서부터 내려오는 강줄기의 모습이 기가 막혔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곳 대부분은 물이 있거나 꼬불꼬불한 길이 있거나 맛있는 음식이 있거나 여자가 있거나의 경우에 해당된다.
괴산호를 향하는 중 만난 풍경이다. 강의 물줄기가 협곡의 방향에 따라 빠르게 휘어 감기는 모습이 절경이었다. 충북 내륙에 이토록 멋진 공간이 있다. 아직 더 많은 곳을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웃나라 일본의 풍경보다 훨씬 깊이가 있었다. 가는 길은 좁고 협소하다. 두 대의 바이크가 달리는 데 무리가 없고 풍경도 아름다운 길이 괴산댐까지 이어져 있었다.
괴산댐에서 즐거운 풍경과 추억을 저장하고 아퀼라300 라이더님의 안내로 소금강으로 향했다. 먹는 소금이 아니다. 작은 금강이라는 뜻이다. 소금강이라는 지명은 강원도 정선에도 있고 경북 청송에서도 볼 수 있지만 이곳은 훨씬 더 웅장한 모습이었다. 이런 공간에는 여지없이 상업 시설들이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다.
요산요수를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에서 대한민국 국토가 오래된 땅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른 바이크 라이더도 간간히 방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충청도 라이더들의 메카로 보였다. 경상도에서 볼 수 없는 절경을 보고 느끼고 마시고 일어났다.
이곳을 끝으로 아퀼라300 라이더님과는 헤어졌다. 각자의 콘텐츠 방향대로 돌아갔다. 처음 만났지만 필자와 비슷한 외모가 더 익숙한 느낌을 주는 라이더였다. 보다 많은 사람이 오토바이를 타고 즐거움과 효율적인 탈것으로서의 가치를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다. 물론 개인의 과한 정서적인 목적을 위해서 오토바이를 타고 타인을 불쾌하게 하는 라이더도 있지만, 90년대에는 자동차도 그런 일이 많았다. 기다리면 언젠가는 다 사라질 것이다. 인간은 물리적으로 영원할 수 없는 존재다.
충북 괴산에 위치한 오가리 느티나무다. 지나가다가 발견했다. 숙소를 수안보에 예약한 상태에서 지나가다가 발견했다.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장관이다. 이곳에서 거목의 기운을 무려 1시간이나 받고 앉아 있었다. 천연기념물로 등재된 식물이다. 놀랍도록 아름다운 나무였다. 기울어지는 해를 보고 더이상 머물 수 없어서 숙소로 향했다.
그렇게 수안보에 당도했다. 간단한 자전거 정비를 행할 수 있는 이런 차고지를 제공해 주었다. 오토바이가 쏙 들어간다. 수안보 사이판게스트하우스 자전거 여행객 상품이다. 가격은 작년에 비해 1만원 올랐다. 현재 안 오르는 것은 월급뿐이고 나머지는 다 오른다. 1일 차는 여기서 마무리되었고 이제 충북을 더 돌아보고 경북으로 향할 것이다...
수안보 사이판게스트하우스 평점 5.0 만점에 / 6.0
1일 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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